피스마이너스원, 이세, 크럼프 등 — 한국 스트리트 감성이 세계로 번지다.
오늘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급부상하는 패션 브랜드들을 소개하면서 이들이 유명해지는 이유들을 찾아 보고자 한다.
1️⃣ 한국 스트리트 브랜드의 부상 — ‘하이패션보다 솔직한 패션’
한때 “K-패션”이라고 하면 런웨이 중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인디 스트리트웨어’가 한국 패션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GD(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
그리고 이세(Iise), 크럼프(Crump), 무신사 스탠다드(Musinsa Standard), Ader Error, Thisisneverthat, 87MM, Mmlg 같은 브랜드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와 감정을 입는 문화”
를 만든다.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정제된 감성 + 현실적인 스타일 + 감각적인 브랜딩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스트리트 브랜드가 자유와 저항을 표현한다면,
한국의 브랜드는 ‘내면적, 미니멀하지만 감각적인 반항’을 보여준다.
즉, K-스트리트는 “시끄럽지 않은 자신감”으로 세계에 어필하고 있다.
2️⃣ 해외 확산의 비밀: 컬래버・팝업・문화 이벤트 전략
(1) 피스마이너스원 × 나이키: 상징적인 글로벌 컬래버
한국 스트리트 브랜드의 글로벌 입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피스마이너스원 × 나이키(NIKE) 협업이다.
지드래곤의 예술적 감성과 나이키의 스포츠 아이덴티티가 결합된
‘Para-Noise Air Force 1’ 시리즈는
출시 직후 전 세계 리셀가가 10배 이상 치솟았다.
이 협업은 단순한 제품 콜라보가 아니라,
“동양의 감성과 스트리트 정신의 융합”
이라는 새로운 문화적 서사로 평가받았다.
GD가 직접 디자인한 흰색 페인트 오버페인팅 효과,
신으면 벗겨지는 블랙 페인트 아래의 숨은 그래픽 등은
“완벽함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예술”을 표현했다.
이 철학이 글로벌 스트리트 문화와 강하게 연결되었다.
(2) 아더에러(Ader Error): 패션과 아트의 경계 허물기
아더에러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 콜렉티브’형 패션 브랜드다.
패션・그래픽・영상・공간 디자인을 통합적으로 다루며,
“모호함의 미학”을 테마로 한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특히 프랑스 명품 브랜드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é),
그리고 푸마(PUMA)와의 협업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높였다.
아더에러는 해외 패션 위크 대신,
“온라인 비주얼 아트 + 팝업 스토어 전시”
형식으로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SNS상에서는 #adererror, #blueism 같은 해시태그가
하이패션, 예술, 스트리트 감성을 아우르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3) Thisisneverthat: 서울의 감성을 입은 브랜드
이 브랜드는 해외에서 “한국판 스투시(Stüssy)”로 불린다.
서울의 거리 문화, 언더그라운드 음악, 빈티지 스포츠웨어 감성을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스트리트 무드를 선보인다.
해외 확장 전략은 ‘콜라보레이션 + 팝업 스토어’ 방식이다.
뉴발란스(New Balance), 그레이프바인(GRAPE VINE),
그리고 캐나다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와 협업하면서
글로벌 스트리트 씬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서울을 배경으로 한 글로벌 팝업 이벤트”는
한국 스트리트웨어를 하나의 ‘도시 브랜드’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4) 이세(IISE): 한국 전통과 현대 스트리트의 융합
이세는 이름 그대로 “한국의 것(Korean heritage)”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한복의 여밈, 전통 자수, 한지 염색 기법 등을 스트리트웨어에 접목시켜
‘문화가 있는 옷’을 만든다.
2023년 파리 패션위크 참가 이후,
유럽 바이어들로부터 “동양적 정체성을 가진 스트리트 패션”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제품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등
지속 가능한 패션 철학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3️⃣ 해외 팬덤 & 리셀 시장에서의 가치
(1) 리셀 시장에서의 ‘한정판 문화’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은 단연 리셀(Resell) 문화다.
특히 피스마이너스원과 나이키의 협업 모델은
한정판 출시 후 1주일 만에 리셀가가 최대 200만 원 이상 상승하며
글로벌 스니커 리셀 플랫폼인 StockX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런 리셀 현상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희소성을 통한 문화적 참여”
를 의미한다.
즉, 한국 스트리트 브랜드는
패션 제품을 ‘소유’가 아닌 ‘경험’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한정판 발매, 온라인 추첨, 아티스트 협업 등은
모두 소비자를 브랜드 스토리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장치다.
(2) 글로벌 팬덤이 형성되는 이유
한국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브랜드보다 사람” 중심의 이야기를 한다.
GD, DPR IAN, Beenzino, Colde 같은 아티스트들이 실제로 착용하며
브랜드가 문화적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확산된다.
해외 팬들은 단순히 “한국 스타가 입은 옷”을 사는 게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 그 감성, 그 에너지”를 소비한다.
예를 들어, Thisisneverthat의 티셔츠나
아더에러의 오버핏 후드 하나만으로도
“한국의 현대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패션 코드가 된다.
또한 SNS 덕분에 국경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틱톡・레딧・인스타그램에서 한국 브랜드를 중심으로
OOTD(Outfit of the Day), 리셀 정보, 커스텀 영상 등이
자생적으로 공유되며 ‘팬덤형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3) “하이패션을 대체하는 새로운 럭셔리”
요즘 스트리트웨어는 단순한 캐주얼이 아니다.
이제는 ‘문화적 럭셔리’, 즉 ‘정체성과 스토리로 만들어지는 명품’이다.
아더에러나 피스마이너스원 같은 브랜드는
샤넬, 루이비통 같은 전통 명품이 줄 수 없는
‘개인적 자유, 실험정신, 문화참여’의 가치를 제공한다.
결국 글로벌 소비자들이 찾는 건
비싼 로고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입을 수 있는 브랜드”
이다.
한국 인디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그 욕구를 가장 정교하게 충족시키고 있다.
한국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들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감성적으로 번역하며
세계 패션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들의 무대는 런웨이가 아니라,
골목・음악・커뮤니티・SNS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진짜 이야기”가
해외 소비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
피스마이너스원의 예술성,
이세의 전통성,
아더에러의 실험성,
Thisisneverthat의 현실성 —
이 네 가지 감성이 만들어내는 조합이
지금의 K-스트리트 패션 붐의 본질이다.
“멋있다”에서 “의미 있다”로.
이제 패션은 옷이 아니라, 세계와 연결되는 언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