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비자에게 단순히 제품만 파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브랜드는 제품을 만든 ‘사람’의 얼굴과 철학을 내세워 소비자와 더 깊이 연결되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생산자가 직접 나서는 마케팅으로 글로벌해진 브랜드 전략에 대해 알아봅니다.

1️⃣“사람을 판다”는 브랜딩 패러다임의 등장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점점 더 ‘무엇을 사느냐’보다 ‘누구에게서 사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윤리 소비를 넘어, 브랜드를 통해 가치관을 소비하고자 하는 흐름과 연결됩니다.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에, 브랜드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천연비누라도 “화학 성분을 쓰지 않은 비누”라고 말하는 것보다 “20년간 제주에서 허브를 길러온 농부의 손에서 시작된 비누”라고 소개하면 소비자의 관심과 신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브랜드는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대신,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의 삶과 철학, 신념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제품을 넘는 가치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특히 소규모 브랜드에게 효과적입니다. 자본력이나 대규모 마케팅에서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운 대신, 창업자나 장인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의 유일무이한 정체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을 파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단순한 제품이 아닌 관계와 스토리를 선물하게 됩니다.
2️⃣ 생산자의 얼굴이 곧 브랜드 세계관이 되는 전략
생산자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딩은 단순히 “누가 만들었는지”를 밝히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세계관 자체를 브랜드의 서사로 통합하는 전략입니다. 이를 구현하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 창업자·장인의 철학을 브랜드의 서사에 녹이는 전략
브랜드의 시작 배경이나 창립자의 가치관을 제품 이름, 슬로건, 패키지 언어에 적극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전통 한지 공예를 기반으로 한 소규모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창립자가 “사라져가는 수공예 기술을 지키고 싶었다”는 철학을 제품 설명서와 웹사이트 곳곳에 담아 해외 소비자에게 ‘장인 정신’을 직관적으로 각인시킵니다.
👤 생산자의 얼굴과 작업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전략
단순한 제품 사진 대신, 제작자의 손과 공정, 작업 공간을 영상·이미지 콘텐츠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제품이 아닌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는 시각 언어이며, 소비자는 그 과정을 통해 제품의 진정성과 희소성을 느끼게 됩니다.
📝 소비자가 생산자와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전략
해외 온라인몰에서 판매할 때도 제품 상세 페이지에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을 소개하거나, 패키지에 장인의 서명·초상화를 넣는 등 소비자가 브랜드와의 ‘인간적 연결점’을 느끼게 하는 시도입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소비자에게 “이 사람을 지지한다”는 감정적 동기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생산자의 얼굴이 브랜드의 일부가 될 때, 제품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하나의 ‘사람 중심 스토리텔링 오브젝트’로 진화합니다. 소비자는 제품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을 응원하고, 브랜드를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관을 표현하게 됩니다.
3️⃣사람 중심 전략으로 글로벌 소비자를 사로잡은 한국 브랜드 사례
생산자를 내세운 전략은 이미 한국의 여러 소규모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혜윰(HEYUM)은 한국 전통 염색 기법을 이어온 장인의 손에서 출발한 패브릭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는 제품보다도 염색 장인의 얼굴과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해외 전시와 팝업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색으로 삶을 염색한다”는 문장은 단순한 제품 설명을 넘어 장인의 세계관을 소비자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소규모 뷰티 브랜드 시와 수(Siwa Su)는 충북에서 약초를 재배하는 농부의 이름을 브랜드명에 직접 녹였습니다. 제품 설명에도 ‘어떤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키운 재료인지’를 세세히 적어 소비자에게 농부의 진심이 담긴 제품이라는 신뢰를 줍니다. 이러한 진정성은 일본과 유럽의 니치 뷰티 시장에서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패션 브랜드 솟솟(Sotsot)은 봉제 장인의 기술을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 내세워 “한 벌 한 벌, 장인의 손에서 태어나는 옷”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실제 장인의 작업 장면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는 옷을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이 아닌 사람의 손끝에서 완성된 작품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듯, 생산자를 중심에 둔 브랜딩은 단순히 스토리를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소비자의 관계를 재정의합니다. 제품보다 ‘사람’을 기억하게 만드는 전략은 브랜드를 더 오래, 깊게 각인시키며 충성 고객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진정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 속에서 이 전략은 소규모 브랜드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 마무리
“제품이 아니라 사람을 판다”는 말은 이제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핵심 전략입니다. 제품을 만든 사람의 얼굴과 철학, 삶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는 기능이나 가격 경쟁을 넘어 감정과 가치의 차원에서 소비자와 연결됩니다. 한국의 소규모 브랜드에게 이 전략은 거대한 자본 없이도 세계 무대에서 자신만의 색을 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결국 브랜드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건 제품이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